#025 죽음

ringling2 2024. 3. 17. 17:55

마르세유 타로 카드에서, 이름 없는 메이저 아르카나인 13번 카드는

낫을 사용하여 잘못을 바로잡고 지나치게 자란 것을 베어내야

검은 땅에서 새싹이 다시 돋아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죽음과 부활을 상징하는 13번 카드가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면

죽음을 슬퍼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있을까.

이 관점에서 죽음은 커다란 변화지만

결국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행해지는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보인다.

이 책에선 죽음과 부활은 깨달음의 경지로 나아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보았고,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은 죽지 않으면 다시 태어날 수 없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깨달음의 경지란 무엇일까? (찾아본 후 추가 예정)

완전한 존재의 조건은 무엇일까? 완전하다면,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다면, 어떤 고충도 없을까?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보자면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서 인간이 되었고,

불완전하여서 가치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가치는 가치 있다고 인정해 주는 이들이 있어야 생긴다.

하지만 무언가에 가치가 생기는 데 필요한 모든 조건은 유한하다.

인간의 마음도 영원하지 않고, 그들이 가치를 위해 쏟아붓는 시간도 유한하다.

그런 유한한 존재들은 완전한 것을 만들어 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유한한 시간을 쪼개서 만들어진 완전하지 않은 존재를 사랑한다.

불완전하지만 온전하게 담으려고 유한한 시간을 할애한다.

여기서 '불완전'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모자라거나 흠이 없다는 건 필요한 모든 게 갖춰졌다는 뜻인데 불완전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런 한계가 있음에도 할애하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존재가 가치 있다고 말하기 위해 또 다른 유한한 시간을 쓰는 이들이 생기는 것이다.

인간이기에 생기는 죽음은 인간에게 유한한 시간을 주었고 (물론 부활이 있다면 이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밀도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당장 내일이라도 나나 주변인에게 죽음이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며 두려움에 떨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게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면 두려움보단 살아있는 나와 그들의 오늘을 더 밀도 있게 살아내자는 생각이 든다.